주말영농 목적땐 진흥지역도
농지 전용 권한은 지자체 위임
빈집은 카페·숙박시설 등으로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추진
‘농촌소멸 대응전략’ 추진 내용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 안영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5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은 ‘농촌소멸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3월 경제 활성화, 생활인구 창출, 농촌 삶의 질 제고 등을 토대로 농촌소멸 대응전략을 수립했다. 그 일환으로 ‘농지법’을 개정해 농지 위에 수직농장과 숙박이 가능한 농촌체류형 쉼터 설치를 허용했다. 농업진흥지역 내 3㏊ 이하 소규모 농지 정비 규제도 풀었다.
농식품부는 25일 발표한 ‘농촌소멸 대응전략 추진 상황 및 향후계획’을 통해 올해도 농촌 개발과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우선 2026년까지 ‘농촌자율규제혁신지구’(이하 규제혁신지구) 10곳을 지정하고 농지 이용·임대·활용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소멸 우려가 높은 농촌구조전환우선구역 가운데 농지·산지, 농촌융복합산업, 농업유산 등을 활용해 지역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특례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시장·군수가 지구 지정을 신청하면 범부처 협의체의 심의·의결을 거쳐 농식품부 장관이 지정·변경한다.
규제혁신지구에선 농지 규제가 크게 풀린다. 농업진흥지역 밖에서 농민 외 일반인의 농지 취득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진흥지역 안이라도 주말 체험영농이 목적이라면 농지를 구입할 수 있다. 취득 즉시 임대차 거래도 허용된다. 농지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 전용신고 절차는 간소화된다. 나아가 농식품부는 농지전용 권한 전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할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규제혁신지구 지정을 위해 먼저 법 개정이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농업여건 등을 고려해 소멸 우려가 높은 읍·면 단위를 농촌소멸위험지역으로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촌구조전환우선구역을 지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혁신지구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건데, 그러려면 우선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개정해 농촌구조전환우선구역 지정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규제혁신지구 지정·특례의 법적 근거가 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도 정비돼야 한다. 농지 이용·임대 규제 특례는 ‘농지법’을 고쳐야 가능한 사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의견을 수렴한 결과 규제혁신지구를 지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면서 “올해 법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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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략에는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안도 담겼다. 체류형 복합단지는 20동 안팎의 소규모 거주시설과 텃밭을 갖춘 영농체험시설로, 임대사업이 가능하다. 도시민 등이 적은 비용으로 영농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어 농촌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중 사업자를 선정해 연내 3곳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농촌 빈집 대응은 철거 중심에서 활용으로 정책의 방향키를 돌렸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관련 법에 따른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운용하며 빈집을 관리해왔다. 빈집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철거하면 재산세 경감 등 혜택을 주고 방치하면 철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빈집을 고쳐 새로운 농촌 자원으로 쓸 방침이다. 민간 중심으로 빈집을 정비해 카페·숙박시설·커뮤니티공간 등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자체 중심의 농촌 빈집 재생 프로젝트도 확대 추진한다.
농촌 빈집은행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민간 부동산 플랫폼에 빈집 정보를 추가해 도시민이 쉽게 매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빈집의 상태·활용 정도 등을 자세히 안내하면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당초 빈집은행 구축은 농식품부의 2024년 업무계획으로 추진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금껏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는 5억5000만원의 예산이 확보된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농촌빈집 특별법’ 제정에도 나선다. 특별법에는 빈집 정비사업의 절차 간소화와 건축규제 완화 특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도 계속 추진한다. 농촌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농촌왕진버스’와 ‘여성농 특수건강검진’은 전년보다 규모를 확대했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의 시설과 인력을 보강해 공공의료 서비스도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농촌 창업 활성화에 4억5000만원을 신규 투입하고 2028년까지 40억원을 들여 농업 전후방산업을 집적한 ‘농산업 혁신벨트’도 조성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의 주요 과제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안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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