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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ook109

왜 요즘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이 인기 있을까? Arthur Schopenhauer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19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출판계의 유행을 넘어서는 깊은 문화적, 정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현대 한국인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실존적 갈망과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이 오늘날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질문들에 답을 건네주고 있다. "왜 살아가는가?"라는 영원한 물음에 대해, 그들은 깊이 있는 성찰과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끊임없는 성공과 행복만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이들은 우리에게 삶의 고통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으로 가는 .. 2024. 12. 23.
유홍준의 글쓰기 요령 15가지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의 글쓰기 요령 15가지​1 주제를 장악하라. 제목만으로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때 좋은 글이 된다.2 내용은 충실하고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 글의 생명은 담긴 내용에 있다.3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이 문장에 생명을 불어넣는다.4 글 길이에 따라 호흡이 달라야 한다. 문장이 짧으면 튀고, 길면 못 쓴다.5 잠정적 독자를 상정하고 써라. 내 글을 읽을 독자는 누구일까, 머리에 떠올리고 써야 한다.6 본격적인 글쓰기와 매수를 맞춰라. 미리 말로 리허설을 해 보고, 쓰기 시작하면 한 호흡으로 앉은 자리서 끝내라.7 문법에 따르되 구어체도 놓치지 마라. 당대의 입말을 구사해 글맛을 살리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8 행간을 읽게 하는 묘미를 잊지 마라. 문장 속에 은유와 상징이 .. 2024. 12. 22.
한강 노벨상 만찬사 ​​여덟 살 때의 그날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왔을 때, 하늘이 갑자기 열리듯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 매서운 비를 피해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으로 몰려들었지요.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 처마 밑에도 또 다른 무리가 모여 있었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죠.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팔과 종아리가 촉촉이 젖어들 때,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들, 그리고 길 건너 서 있는 저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 역시 내가 보는 이 비를 보고 있으며, 내 얼굴에 느껴지는 이 촉촉함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그토록 많은 일인칭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돌이켜보면,.. 2024. 12. 11.
아슬아슬 가을,김용택 ​ 아슬아슬 가을​​​                                          -김용택-​​​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따라가다가길이 끊겨서 돌아왔습니다가을 나비들이 한쪽 날개를 헐어 균형을 잡아갑니다날개를 펼 때 바람을 이용하지 않은 나비들은날개를 다 버릴 소실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답니다마른 풀들의 휘어진 고단한 등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내 손이 내 손을 더듬어 잡았습니다구름들이 몸을 다 말린 후산을 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그대가 그만큼에 서 있거나 내게 오지 않아도식지 않을 간격만큼 단풍 물은 옮아갑니다나뭇잎을 주워 뒤집어보았습니다가을에는 이별해도 소용없습니다그쪽 강가에는 지금 혹시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교동 화개정원 @ 안영모교동 화개정원 @ 안영모교동 화개정원 @ 안영모교동 화개.. 2024. 11. 23.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 문태준/바닥 ​​​ 바닥​​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데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시집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안영모© 안영모© 안영모© 안영모© 안영모© 안영모 2024. 11. 8.
한강 '검은 사슴' - 황폐한 기억 속으로 … 고통의 흔적 따라 떠나는 여정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것을 멈출 때비로소 평화를 얻게 된다는 것을나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모든 사물들이 새롭게,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되살아오던 쾌감을 기억한다.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세상을 나는 사랑했다. 세상은 이전까지의 남루하고 갑갑한 껍질을 벗고 싱싱하게 살아 숨쉬는 육체로 나에게 육박해왔다. 그때마다 나는 기쁨에 떨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을 위한 기쁨이었을까. 나는 내가 찍기 시작한 사진들이 내 삶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을 위한 증거였을까.p.98​명윤은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이라는 따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단지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고통이나 병이나 죽음을 알아낼 수 있는 힘조차 잃어버리고 말 만큼 무력한 것이 사랑이었다. 지금 의선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상.. 2024. 11. 4.
전원생활 11월호/무늬가 있는 삶, 시간이 빚은 맛 ​전원생활 11월호/무늬가 있는 삶, 시간이 빚은 맛깊어가는 건 계절뿐만이 아니다. 겨울이 되어가며 맛이 점점 차오르는 음식, 발효식품이 있다. ‘전원생활’ 11월호에서는 특집 ‘시간이 빚은 맛’을 통해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깊이 있는 맛을 들여다본다. ‘제주푸른콩장’은 비영리 국제기구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진행하는 전통음식 보전 프로젝트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푸른콩장을 통해 제주의 자연환경, 식문화와 주민의 삶을 엿본다. 또 임종찬 전문가를 만나 지방함량이 적은 쇠고기를 맛있게 숙성하는 ‘드라이에이징’에 대해 배운다. 전남 목포에선 홍어와 젓갈의 곰삭은 맛을 경험하고, 말린 우럭의 깊은 맛을 담은 ‘우럭간국’도 맛본다.​‘무늬가 있는 삶’은 가을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2024. 11. 1.
나뭇잎이여, 바람이 그대를 유혹하거든/헤르만 헤세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가을날​​ -헤르만 헤세-​​숲 속의 나뭇가지 금빛에 타오르는내 사랑스런 그이와몇번이나 거닐던 길을이렇게 나 홀로 거닌다​내가 영원히 간직하던행복과 번민이이토록 즐거운 가을날에향기로운 저편 멀리 사라져 간다​풀잎 타는 연기 속동네 아이들 노닥이는 나는 그곳에서 노래부른다아이들과 선율을 맞추면서​​월정사 © 안영모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누구든 혼자이다​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이제, 안개가 내려,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어둠을, 떨칠 수 없게 조용히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어둠을 모르는 자정녕 그 누구도 현명.. 2024. 10. 28.
한강의 시/편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연세대 국문과 4학년이던 1992년에 윤동주 문학상을 받은 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정현종과 김사인의 한강의 시에 대한 심사평 "모두 능숙하다. 능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편지  그동안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궁금했습니다꽃 피고 지는 길그 길을 떠나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 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 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 2024.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