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모
홍천에서 찾은 제2의 인생
도시를 떠나기로 한 결심
지난 40여 년간 도시에서의 숨 가쁜 삶을 살아오면서, 나는 늘 시골에서의 평화로운 노후를 꿈꾸어왔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퇴근길에 문득 보이는 노을이나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화분들이 내게 작은 위안이 되곤 했다. 65세가 되어 은퇴를 맞이하면서, 나는 마침내 오랫동안 품어왔던 전원생활의 꿈을 실현하기로 결심했다. 답답한 도시 생활을 뒤로 하고 마침내 강원도 홍천의 서석면 생곡리에 둥지를 틀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전원주택을 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6개월 동안 전국의 여러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내게 맞는 곳을 찾아다녔다. 도시와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 의료시설이나 생필품을 구하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은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홍천의 한 마을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남향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앞으로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작은 뜰과 멀리 태기산과 흥정산자락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계절과 함께하는 일상의 변화
봄이 오면 마당 한켠에 상추와 고추, 방울토마토를 심는다. 어린 시절 시골에 계시던 부모님께서 농사일을 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따뜻해진다. 여름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텃밭에 물을 주고, 자라나는 작물들을 보며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가을에는 직접 기른 채소로 김장을 하고, 겨울이면 따뜻한 아궁이 앞에서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사계절이 뚜렷한 홍천에서의 삶은 매일이 새롭다.
마을 공동체와 어우러지는 삶
처음에는 도시에서 온 '낯선 사람'이라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마을 이장님의 권유로 노인회에도 가입하게 되었고,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노래교실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농번기에는 이웃 농가의 일손을 돕기도 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의 작은 도전, 시골 카페
은퇴 전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이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작은 건물을 개조해서 카페를 열었다. 시골길을 지나는 여행객들과 마을 주민들이 들러 쉬어가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도시에서 사용하던 에스프레소 머신과 로스팅 기계를 가져와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리고, 텃밭에서 기른 허브로 차도 만든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근처 도시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늘어났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일상의 실천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 산책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도시에서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텃밭 가꾸기는 적당한 육체활동이 되어주고, 직접 기른 신선한 채소들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게이트볼도 즐거운 운동이 되었다.
시골생활의 작은 불편함과 극복
물론 시골생활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아플 때 마땅한 병원을 찾기 어렵고, 큰 마트나 문화시설과도 거리가 있다. 겨울철 난방이나 제설작업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시골생활이 주는 여유와 행복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또한 이러한 어려움들을 하나씩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
이제 생곡리에서의 생활이 3년째에 접어들었다. 처음의 걱정과 불안은 어느새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매일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산자락과 들판, 저녁이면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히려 이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며,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이어가고 싶다. 시골에서의 제2의 인생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매일매일이 새로운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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