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로 '국민 자격증'이 사라지는 공인중개사 시장의 현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직거래 플랫폼의 성장으로 인해 한때 '국민 자격증'이라 불리던 공인중개사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신규 개업은 급감하고 폐업은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수도 대폭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중개업소들은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는 2,720명으로, 전년 동기(3,032명) 대비 10.3% 감소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2021년 1분기(5,017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3월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924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봄 이사철을 앞둔 3월은 신규 개업이 늘어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거래 가뭄으로 인해 이러한 흐름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전체 개업 중개사 수 역시 11만 1,613명으로 감소하며 2023년 2월 이후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신규 개업보다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중개사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올해 1분기 폐업 또는 휴업한 공인중개사는 3,175명으로, 개업 공인중개사보다 455명이나 많았다. 봄 이사철인 1분기가 연중 개업이 몰리는 시기임에도 문을 닫는 중개사가 더 많았던 것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2024년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자는 15만 4,669명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응시자 수는 2021년 27만 8,847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감소하여, 2년 사이에 약 11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공인중개사의 인기가 높았던 2021년과 비교하면 현재 응시생 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직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내 부동산 직거래 완료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5만 9,451건으로 3년 만에 221배나 증가했다. 특히 비교적 보증금이 적은 월세 중심으로 직거래가 이루어지면서 대학가나 주택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현직 공인중개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택가에서 15년째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봄 이사철 특수는 다 옛말이다. 3, 4년 전만 해도 한 달에 10건 정도를 중개했는데 올해 중개 건수는 한 달에 1, 2건 수준이다"라고 토로한다. 서울 동작구에서 6년간 공인중개사로 일하다 지난달 결국 중개업을 접은 한 중개사는 "사무실 내놓은 지 두 달 됐는데, 전화 한 통 없었다"며 관리비와 임대료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폐업을 원해도 사무실 계약 문제 등으로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중개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폐업을 신고한 공인중개사는 1월 852명, 2월 956명, 3월 1,028명으로 지난해 12월 1,472명에 비해 감소했지만, 이는 폐업을 원해도 사무실 계약 등의 문제로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고금리와 대출 규제, 경기 침체 여파로 전반적인 매매·임대 거래가 줄었고, 신규 개업은 물론 폐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무실 매물 자체가 없어 버티는 중개사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 55만 1,879명 중 실제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1만 1,613명으로, 전체의 20.2%에 불과하다. 5명 중 1명만이 자격증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한때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장롱 면허'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중개 거래 대다수가 전월세 계약이라 벌이가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보수가 비싸다는 생각과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불신이 커져 직거래를 이용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시장의 현실을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직거래 플랫폼의 성장으로 인한 이중고는 공인중개사 업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때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어 '국민 자격증'이라 불리던 공인중개사는 이제 그 인기와 경쟁력을 급속도로 잃어가고 있다. 신규 개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폐업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시험 응시자 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없이는 공인중개사 업계의 활력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직거래 선호 현상이 계속된다면, 공인중개사들은 단순 중개 역할을 넘어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컨설팅 서비스로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민 자격증'이라는 명칭은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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