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사 편집부 편 | 농민신문사
[전원생활 5월호] 3대가 일하는 사진관 창원 ‘남양스튜디오’
가정의 달을 맞아 ‘전원생활’ 5월호에서는 ‘그래도 가족’이란 주제로 특집 기사를 준비했다. 3대가 함께 운영하는 사진관 경남 창원 ‘남양스튜디오’에서 가족이자 동료로 함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두 아이를 낳고 막내딸을 입양해 세 자녀를 키우는 부부도 만난다. 매번 다짐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효(孝). 이름난 효자·효부를 만나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조창현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소장에겐 중년 부부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봄바람 따라 가족 여행 가기 좋은 국내 명소 5곳을 소개한다.
지역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로컬 탐구’는 전남 구례로 향했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천년 고찰 화엄사, 자연 속에서 세속을 잊게 하는 노고단,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섬진강 대나무 숲길 등을 둘러본다. 아름다운 정원을 소개하는 ‘가드너의 정원’에서는 경기 광주 ‘세븐시즌스 가든’을 찾는다. 30년 넘게 정원을 조성해 온 김재용 대표에게 정원 관리 비결을 알아본다.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에게 베푸는 예절 같은 것이 있다. 그 가운데 첫째는 신간이 나올 때면 지인들 에게 우편으로 책을 보내주는 일이요, 또 하나는 신간을 낸 지인을 서로 축하해주는 일이다.얼마전에는 제주 출신의 원로 소설가 선생이 신간 산문집을 펴내서 축하모임이 있었고, 나는 그 모임의 말석에 앉아 함께했다. 선생은 그날 내게 자필로 첫 페이지에 '질풍지경(風 '라고 써서 산문집을 건네주셨다.
'질풍'은 몹시 빠르고 거칠게 부는 바람을 뜻하고 '경'는 억센 을 뜻한다고 일러주셨다. 그러니 바람이 거셀 때에 이르러 강한풀을 알수있고,곤란이 닥쳤을 때에야 그 사람의 면 모와 진가를 알수있다는 의미였다.
선생이 적어준 말씀을 여러 날에 걸쳐 생각하다 어제는 오일장에 가서 모종을 사왔다. 모종을 사와서 쉬는 일을 미루고 미뤄왔던 참이었다. 더 미루면 모종을 심어야 하는 적기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토마토처럼 열매를 맺 는 것은 노지에 심기에 아직 이르다고 해서 상추 등속을 구해왔다. 텃밭에는 벌써 풀이 발목까지 자라있었다. 그래서 호미로 풀을 먼저 뽑고 돌을 캐넸다. 제주의 텃밭은 해마다 돌을 캐내어야 한다. 해가 바뀌어 무언가를 심으려 할 적엔 어김없이 돌을 캐내어야만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잔돌이 많고 많다. 수해째텃 밭 농사를 짓다 보니 이제 밭가에는 돌무더기가 생겼을 정도이다
일을 하는 내내 드는생각이 있었다. 이처럼 무상하게 자라기 전에 아침 식전마다 뽑아놓고, 또 돌도 미리 캤 으면 일이 수월했을 텐데 싶었다. 조금은 한가할 때에 느 긋하게 이 일을 해줬으면 좋았으련만 싶었다. 그랬더라면이 일을 훨씬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이었다.
<채근담>에 이런 문장이 있다.
"한가할 때에 손을놓고 지내지 않으면 바쁠때에 도움이 되고, 활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낼 때에 공허함에 빠지지 않으면 활동할 때에 도움이 되고, 어두울 때에 속이지도 숨기지도 않으면 밝을 때에 도움이 된다."
이 문장의 말씀을 따르자면, 곤란할 그 사람의 면모와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한 가할 때에도 그 사람의 면모와 진가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가할때도 질풍의 시기인 셈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모종을 심었을 때는 어느덧 저녁이 되고말았다.폰은 손을 씻고 있으니 이제흙과작물 과 내가 바쁘게 활동하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밥을 먹고 나와 툇마루에 가만히 앉아 밤하늘을 바 라보니 이제 별과 반달의 빛과 공중이 푸근하게 느껴졌 다. 봄밤이 펼쳐져 있었고, 간만에 내 몸은 나른해져 금방이라도 눈이 스르르 감길 것 같았다.
문태준(1970년 ~ )
시인. 1970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나 김천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處暑〉외 아홉 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2005년 〈미당문학상〉, 2006년 〈소월시문학상〉,
2014년 〈서정시학작품상〉, 2018년 〈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수런거리는 뒤란》(창작과비평사, 2000)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2008)
《먼 곳》(창비, 2012)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 2015)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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