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惠丘頭陀)가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지금의 내소사는 예전의 소소래사라고 한다. 고려 때의 사적은 전해지지 않고, 조선 인조 11년(1633)에 청민선사가 중건했고 고종 때 관해선사가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선계사, 실상사, 청림사와 함께 변산의 4대 명찰로 꼽혔으나 다른 절들은 전란통에 모두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내소사만이 남아 있다.
소래사였던 이름이 언제부터 내소사로 바뀌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나당연합 때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이 절에 들러 시주했기 때문에 소래사가 내소사로 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근거로 삼을 만한 기록은 없다. 성종 17년(1486)에 간행된 『동국여지승람』에도 소래사라고 적혀 있으므로 내소사로 된 것은 그후의 일일 것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600m 가량이 전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잘 자라 터널을 이룬 전나무 아래로는 드문드문 산죽이 깔려 더욱 청신하다. 침엽수 특유의 맑은 향을 맡으며 이 길을 걷는 동안 웬만큼 속이 시끄러운 사람이라도 마음이 누그러질 듯하다. 일주문에서 경내에 이르는 거리는 마음의 먼지를 떨고 부처의 세계로 가는 마음을 가다듬는 데 필요한 만큼이라고들 하는데, 이 길이야말로 그 말을 실감하게 한다. 천왕문 바로 앞에는 잠시 단풍길이 이어진다. 단풍나무가 시작되는 곳에서 길은 왼쪽으로 조금 꺾이고, 되돌아보면 일주문도 전나무 숲길에서 약간 비스듬히 앉았다. 이 작은 꺾임들이 있음으로 해서 길은 몇 배나 더 그윽해졌다. 전나무길을 거의 다 벗어난 곳 왼쪽 기슭에는 부도전이 있다.
사람들은 안의 것과 밖의 것을 가르고 밖의 것을 밀쳐내려고 담을 쌓곤 하지만, 내소사 천왕문 좌우의 야트막한 돌담은 단절감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끌어안음을 느끼게 한다. 절 안은 야트막한 축대와 계단이 몇 차례 거듭되면서 조금씩 높아진다. 두번째 계단을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수령 950년 된 나무는 입암마을의 할아버지 당산으로, 일주문 바로 밖에 선 할머니 당산나무와 한짝을 이룬다. 임진왜란 이후 불교가 중흥하면서 칠성각, 산신각 등 민간신앙들이 절 안으로 끌어들여지지만 당산나무까지 들어온 것은 매우 드문 예다. 해마다 정월 보름에는 할머니 당산나무 앞에서 내소사 스님들이 제물을 준비하고 독경을 하며 입암마을 사람들과 함께 당산제를 지낸다. 해방 전까지는 줄다리기를 하고 그 줄로 당산나무에 옷을 입히기도 했으나 지금은 인줄만 쳐놓고 제를 지낸다.
가인봉 등 능가산(봉래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뒤를 둘러싼 경내에는 고려 시대의 동종이 걸린 범종각과 봉래루, 삼층탑, 설선당, 대웅보전, 그리고 요사채들이 들어앉았다. 봉래루의 주춧돌들은 높았다 낮았다 높이가 일정하지 않은 채 윗부분만 다듬어 기둥을 얹은 것들이라 그에 따라 기둥도 짧았다 길었다 한다. 우리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에 꼭 필요한 손질만을 가해 가져다쓰는 천연덕스러운 사고방식이 여기서도 보인다.
그 밖에 내소사에는 조선 태종 15년(1415) 이씨 부인이 죽은 남편 유근의 명복을 빌기 위해 글 한 자 쓰고 절 한 번 하는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정성으로 써서 공양한 법화경 절본 사본(보물 제278호) 7권이 전해져왔는데, 지금은 전주시립박물관에 가 있다. 이 법화경의 사경이 끝나자 죽은 남편이 나타나 여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입구의 전나무 숲길과 천왕문 좌우의 얕은 돌담, 대웅보전의 꽃살문이 아름다운 내소사는 오래된 절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구석구석 정성 들인 손길이 배어 있고, 그러면서도 근래에 유행하는 ‘무조건 크고 번쩍거리게’ 풍에도 물들지 않은 사랑스러운 절이다. 한껏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아야 할 곳이다.
교통, 숙식 등 여행에 필요한 기초 정보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다. 30번 국도를 따라 격포를 지나 변산반도를 한 바퀴 돌면 석포리가 나온다.
부안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3번 국도를 따라 고창 쪽으로 15.2㎞ 정도 가면 보안사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난 30번 국도를 따라 10㎞ 가량 가도 역시 석포리다. 석포리 진서농협 특산물판매장 앞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2㎞ 더 들어가면 내소사 입구다.
주차시설은 충분하다. 절 입구 마을에는 가게와 민박을 하는 곳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숙식시설은 미비하다.
부안에서 보안을 거쳐 내소사로 가는 버스는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자주 다닌다. 격포를 거쳐 내소사로 오는 버스는 2시간 간격으로 있다.
알찬 답사, 즐거운 여행을 도와주는 유익한 정보
변산은 호남 5대 명산의 하나이지만 그다지 높지는 않다. 그러나 기묘한 암봉과 암벽,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 산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서해 낙조 등을 즐기며 넉넉한 산행을 할 수 있다.
• 내소사→가늠봉→직소폭포→월명암→낙조대→지서리(4시간)
• 개암사→울금바위→청림→백천(3시간)
자료출처
내소사 (답사여행의 길잡이 1 - 전북, 초판 1994., 개정판 13쇄 2011., 한국문화유산답사회, 김효형, 신미원, 김성철, 유홍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