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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ravel

횡성 호수 길 - 자연과 ‘숨’ 쉬며 나만의 ‘쉼’을 찾다

by 우중래객 2021. 2. 4.

 

 

 


 

횡성 호수 길

 

사진 홍원기_본지 객원 사진작가
글 김혜정_본지 객원 작가

 

 

 

 

자연과 ‘숨’ 쉬며 나만의 ‘쉼’을 찾다

‘횡성 호수 길’

 

- 프롤로그 -

홍천 서석에서 시작해 횡성 갑천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를 따라가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산 아래로 내려앉은 드넓은 하늘과 마주하게 된다. 횡성군 갑천면 구방리.

하늘과 호수가 경계를 지운 채 하나의 빛으로 스며든 횡성호가 자리한 곳이다. 코끝에 진한 낙엽냄새가 풍겨오는 초겨울의 호수는, 말갛게 닦인 거울처럼 잔잔한 물결 위로 청록의 하늘을 가득 담고 있었다.

 

 

- 인공호수 횡성호, 수몰마을의 애환을 품다 -

횡성호는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5만 군민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는 이 호수의 역사는 1993년 12월 착공하여 2000년 11월 댐이 준공되면서 주변 마을 이 물에 잠기는 시점과 궤를 같이 한다. 당시 갑천면 지역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다섯 개 마을 258세 대가 수몰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곳의 흔적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곳이 호수길 5구간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망향의 동산’이다. 수몰 전 마을에 있던 석탑과 사적들을 옮겨 전시하고 있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화성의 옛터’라는 향토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화성(花城)은 횡성의 옛 지명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지리적으로 왜 이곳에 댐이 건설되어야 하는지 그 활용가치와 필요 성을 설명하는 안내문과 수몰민들이 쓰던 생활도구와 물에 잠기기 전 마을의 모습이 흐릿해지는 기억처럼 무채색으로 전시되어 있다. 수몰 전 마을에서 바라보던 산중턱은 이제 호젓한 산책길이 되었고 물길 아래로 가라앉지 못한 그리움 은 길 위에 낙엽처럼 쌓여있다.

 

 

- 테마가 있는 횡성 호수 길 여섯 구간 -

호수를 따라 둘레길이 만들어진 것은 댐이 완성되고 18년 후다.2018년 횡성군과 한국수자원공사 횡성원주권지사가 호수길 명품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지금의 산책로가 조성되었다.횡성호수길은 주변의 산을 따라 여섯 개로 짜여진 총길이 31.5km의 트레킹 구간이다.지난해 여섯 번째 코스가 완성되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테마길이다.

호수길이 시작되는 1구간 ‘횡성댐길’은 댐의 전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총 3km의 거리로 1시간이 소요된다. 2구간‘능선길’은 4km로 약 2시간이 소요되며 산 능선에 서서 숲과 호수를 감상하는데 제격이다. ‘치유길’인 3구간은 1.5km 거리에 소요시간은 1시간으로 울창한 숲을 따라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감있는 시골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4구간 ‘사색길’은 총 7km로 2시간 반이 걸린다. 여섯 개의 구간 가운데 가장 긴 5구간은 총 9km로 소요시간은 2시간 반이며 흙길을 따라 호수를 가장 가까이 보며 걸을 수 있다.

지난해 조성된 6구간 ‘회상길’은 수몰민들의 향수가 스민 망향동산에서 다시 1코스로 이어지는 7km로 약 2시간 반이 걸리며 유일한 포장길이다.이 여섯 개의 구간을 이으면 횡성호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소요시간만 11시간이 넘어 하루에 모두 둘러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 최고의 인기코스! 횡성 호수 길 5구간 ‘가족 길’ -

그 가운데서도 트레킹족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5구간이다. 다른 구간이 모두 횡성호를 가운데 두고 에둘러 걷는 길이라면 이 길은 호수의 가장 안쪽으로 이어져 그 속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한우의 고장답게 코뚜레 형상의 조형물이 서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5코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덱길이 아니다. 구불구불 모퉁이를 따라 보드라운 흙길이 숲과 호수 사이로 이어져 정취를 더한다. 유일하게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고 다른 코스와 달리 완만하 고 평지가 많아 남녀노소 부담없이 걸을 수 있어 ‘가족 길’로 불린다.

5코스는 A코스와 B코스로 나뉘는데, 두 구간은 다정한 연인처럼 손을 맞잡고 있다.

A코스는 4.5km로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고, 지난해 조성된 B코스 ‘오색꿈길’은 4.5km로 1시간 거리다. 총 9km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만만치 않는 거리지만 A코스만 걸을 수도 있고 여력이 된다면 B코스까지 걸을 수 있게 따로 이어져 있다.

그뿐인가. 걷다가 만나는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은 볼거리와 정겨움을 더한다. 물길 너머로 이어진 길에서 만난 ‘장터가 는 가족’은 더 이상은 오갈 수 없는 수몰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고, 군데군데 서 있는 목각인형들은 모두 물에 잠긴 마을 에서 자라던 자작나무를 활용한 것이다.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자리한 곳마다 가장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고, 연인과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해볼 수 있는 타이 태닉 전망대와 호수의 가장 안쪽까지 걸어가 볼 수 있는 호수길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2시간 반이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길 곳곳에 이정표가 서 있어 갈래 길이 나와도 헷갈리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곧게 뻗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어진 길만 걷다 이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포근한 흙길을 걷는 느낌은 남다르다. 무 겁고 지친 일상을 떠받치고 살던 발끝에 소박한 휴식을 선물하는 기분이다. 곡선으로 완만하게 굽은 길은 서너 사람이 걷다가 때론 두 사람이, 때론 혼자 걸을 정도로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한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 은, 서두름은 지우고 천천히, 느리게 걸어보라! 나직이 속삭인다. 이내 굽이치고 일렁이던 마음의 물결이 어느새 잔잔해 졌다. 명경지수(明鏡止水). 내 안에 고요한 호수 하나가 이제 막 생겨났다.

 

 

- 에필로그 -

걷자. 발아래 펼쳐진 하늘을 따라 이어진 호수 길을.
걷자. 자연과 ‘숨’쉬며 나만의 ‘쉼’을 찾아.
그래 걷자. 가 닿을 곳 정하지 않아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모든 곳들이 목적지일 테니.

 

문의

● 주소 :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구방리 산 164
● 개방시간 : 연중무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입장료 : 일반 2,000원(관광상품권으로 환급)
● 주차정보 : 망향의 동산 주차장 및 임시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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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동트는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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