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체류형 쉼터를 농지에 12년 이상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농지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농촌체류형 쉼터 도입방안이 대부분 반영되어, 도시민들의 농촌 정착 기회가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농촌체류형 쉼터의 주요 허가 기준과 특징
설치 기준의 핵심 내용
이번 시행령에는 가설건축물 형태의 농촌체류형 쉼터를 농지전용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됐다. 기존 농막이 협소했던 점을 개선하여, 연면적은 덱·정화조·주차장 등 부속시설을 제외하고 33㎡(10평) 이하로 규정했다. 이는 실제 생활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농지의 무분별한 잠식을 방지하기 위한 균형점을 찾은 결과다.
다만 주의할 점은 농지면적이 농촌체류형 쉼터와 부속시설을 합산한 면적의 두 배 이상이어야 하며, 반드시 영농 의무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이는 농촌체류형 쉼터가 단순한 별장이 아닌, 실제 농업 활동을 위한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존치기간의 획기적 변화
이번 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존치기간(사용기간)의 유연화다. 기존에는 제한적이었던 사용기간이 최초 3년에서 시작해 3년씩 3회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12년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의 건축조례에 따라 3년씩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이는 안전·기능·미관·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추가 연장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며, "농촌체류형 쉼터는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와 설치 관련 행정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농막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행정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 접근성 기준 명확화
설치 가능한 도로의 범위도 명확하게 제시됐다. '농어촌도로정비법'상 면도·이도·농도는 물론, 소방차·응급차 등의 통행이 가능한 사실상의 도로에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법령상 도로뿐만 아니라 현황도로에 연접한 농지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보다 현실적인 기준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성공적인 체류형 쉼터 운영을 위한 필수 고려사항
기반 시설 구축의 중요성
많은 이들이 이동식 주택만 설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쉼터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1. 도로와 접근성
비록 건축법상의 까다로운 도로 조건은 아니더라도, 응급상황에 대비한 차량 진입로 확보는 필수다. 소방차나 구급차의 진입이 가능한 최소한의 도로 폭과 상태를 갖추어야 한다.
2. 용수 공급 시스템
생활과 농업 활동에 필요한 물 공급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상수도 신청, 지하수 관정 개발, 계곡수나 하천수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용수 확보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3. 전기 설비
현대 생활의 기본이 되는 전기 시설도 필수적이다. 조명은 물론, 농기구 충전, 냉난방기 사용 등을 위해 적절한 전기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
4. 통신 환경
인터넷과 통신 환경은 현대 생활의 필수 요소다. 스마트폰 사용은 물론, TV 시청, 인터넷 활용 등을 위한 통신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5. 오폐수 처리 시설
환경 보호를 위한 적절한 오폐수 처리 시설도 중요하다. 기존 오폐수 관로가 있다면 연결하고, 없다면 개별 정화조를 설치해야 한다. 처리된 물의 방류 경로도 적법하게 확보해야 한다.
농업진흥구역 내 시설 설치 기준 완화
이번 개정안에는 농업진흥구역 내 시설 설치 기준도 대폭 완화됐다. 지역·품목 농협의 농기자재 판매시설 설치가 허용되었으며, 이는 농축임산물 가공·처리 시설과 농산물 산지유통시설 등의 부지 내에서 전체 시설면적의 20% 미만으로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농촌산업지구, 농촌융복합산업지구 등 농촌특화지구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에서는 모든 형태의 수직농장을 별도의 농지전용 절차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 체계적인 준비가 성공의 열쇠
농촌체류형 쉼터는 도시민의 농촌 정착을 돕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히 건물을 설치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생활 인프라 구축부터 영농 계획 수립까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도로, 전기, 수도, 통신, 정화조 등 기본 인프라는 입주 전에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필수 요소다. 이러한 세심한 준비를 통해 농촌체류형 쉼터가 진정한 농촌 생활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