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 ‘영원재’
집을 짓고 나서 하자가 생기는 것에 의문을 품은 부부가 합심해서 지은 집. ‘영원재’라는 이름 그대로 영원히 행복한 집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패시브 하우스’였다. 글 신시내 기자 사진 고승범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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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행복이 영원하도록
‘집다운 집’을 향한 부부의 여정
‘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따스하고 안전하고, 튼튼한 건물한 채가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지어보면 어떤가.
‘원래 전원주택은 춥고 덥다’는 설명이 자연스레 붙을 만큼 따뜻한 주택이란 사실상 비싼 난방비 없이는 요원한 일이며, 막 짓자마자 생기는 하자, 설계와 다른 시공 결과 등에 실망하고주택 거주를 포기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현실에서는 이런 문제를 각오하고 집을 지어야 한다니 상상과 현실의 괴리가 상당한셈이다.
강원 원주에 영원재를 지은 김원식(40)·김영실(39) 씨 부부는이런 통념을 거부하고 이왕 짓는 집이라면 더 튼튼하면서도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조사하면 항상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홈페이지를 만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시브 하우스를 알게 되고 그 집의 목적에 설득됐다. 그래서 진행 중이던 건축사무소와계약을 해지하고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건축사무소를 만났고, 지금의 집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사계절 변함없는 쾌적함
정확히 패시브 하우스란 뭘까. 패시브 하우스는 1988년 독일에서 개발된 주택의 형태로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1년 내내 균일한실내 온·습도를 유지하고, 태양광 등의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난방 비용을 줄이는 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 결과로 에너지 효율성, 쾌적함, 경제성이 담보돼야 하는 주택이다. 그래서 꼭 패시브 하우스 건축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업체에서 시공해야 하고,건축비도 20~30% 더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시브 하우스로 정식 인증받기 위해서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서 진행하는두 차례의 기밀(氣密)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남편 김씨는 패시브 하우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실 패시브 하우스라고 해서 대단한 무언가를 사용한 건 아니고요, 흔히말하는 FM, 정확한 시공법으로 집을 짓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는 많은 과정이 작업자의 경험과 감에 의해서 막연하게진행되고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시공 단계에서부터 생기는 하자를 막는 방법인 셈이죠.”
그렇다고 해도 패시브 하우스에는 몇 가지 필수 설치 장비가 있다. 고성능 시스템창호와 외부 블라인드, 열교환 환기장치와더불어 추가로 복사냉방기와 태양광발전기 등의 설치를 권장한다.
영원재는 이 설비를 모두 설치해 사계절 내내 실내 온도23.5℃, 습도 52%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올여름은 ‘집이 마치동굴과 같다’며 주변에 사는 처가 가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집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집 전체에 배치된 사물인터넷(IoT) 설비다. 공대 출신 정보기술(IT) 개발자인 남편 김씨가 직접 설계하고 설치한 각종 장치는 영원재의 성능을한층 높여준다.
일례로 일광을 막아주는 외부 블라인드는 원격조정으로 열고 닫히며, 스위치를 조작하기 불편한 곳의 조명은사람의 움직임에 따라서 켜고 꺼지거나 조도가 조절된다.
현관앞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홈 캠을 통해 자동으로 녹화도 할 수 있다고.
패시브 하우스에 IoT 기술이 필수인지 물었다. “꼭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있으면 집의 성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런 시스템을 집에 구축할 수 있을까. 답은‘아니오’다. 안타깝게도 시공 과정이 복잡한 탓에 아직 전문 업체가 없어 이렇게 건축주가 주도적으로 설계하지 않는 한 적극적인 IoT 기술의 활용은 쉽지 않다고 한다.
추억을 재현한 공간 구성
영원재를 패시브 하우스로 소개하고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본다면 부부가 어떤 집에서 평생을 살 것인지 고민한 결정체에 가깝다. 그래서 단순히 잘 지은 패시브 하우스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부분이 많다.
특히나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부부가 직접 인테리어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이 집에는 온전히 두 사람의 취향과 좋았던 추억의 흔적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그래서 집 구성도 색다르다.
집은 크게 1층은 공용공간, 2층은 개인공간으로 나눴는데 인상적인 공간이 여러 곳 있다. 우선 1층현관에 들어서면 입구 동선을 따라 코트 장에 옷을 걸고 바로 손을 씻을 수 있게 세면대로 이어져 있다.
서양식 코트 장은 손님이방문할 때나 귀가 시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음 거실로들어오면 2층 천장까지 바로 연결된 탁 트인 공간을 마주한다.패시브 하우스는 천장이 모두 낮다는 편견을 깨는 구성이다.가구는 대부분 맞춤 가구 업체를 통해서 제작했다.
원목 바닥에하얀 벽만이 인테리어의 전부이다 보니 내부 설계 의도를 살리면서 집 안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그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벽과 바닥의 색을 고려해 통일감 있으면서도 실용성도 놓치지 않는 가구들이 집 안 곳곳에 설치됐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의 홈 오피스, 가족도서관이 등장한다. 집이지만 세련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전면부를 통유리로 마감한 것이 눈에 띈다. “모두 이런 구성을 말렸는데 너무 하고 싶었어요. 설치하느라 고생도 많았지만, 제 선택을 믿은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어요.”
책장도 맞춤으로 제작해 지붕 끝까지 넣어서 집보다는 상업 공간이나 사무실 같은 느낌도 든다. 현재는 남편의 근무 공간이지만 곧 아이들의 책으로 가득 찰 예정이다.안방에 있는 욕실도 주목할 만하다.
긴 세면대에 세면기가 2개설치돼 있고 욕실은 조적식 욕조에 화장실은 별도로 분리되어있다. 이는 부부가 해외 호텔에서 경험하고 좋았던 것을 알차게 재현하는 데에 집중한 결과다. 한국식 욕실을 생각하면 낯선 형태지만 부부는1년간 사용해보니 이 선택에후회는 없었다.
절대 팔 수 없는 집
이렇게 곳곳에 아이디어와 애정이 넘치는 집이지만, 그렇다고쉽게 지었다는 뜻은 아니다.
워낙 호기심과 탐구심이 넘치는 남편 김씨는 준전문가로 봐도 될 만큼 3년여에 걸쳐 건축과 집짓기를 공부해왔다. 그러나 실제 건축 현장에서 여러 인부를 지휘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결국 매일같이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인부들이 남편을 현장소장으로 착각하기도 할 정도였다. 공사 후반에는 밤이면 침대에 누워서 공사 현장에서 선택한 사소한 결정을 고민하고, 오전에 일어나 이를 번복하는 일도 많았다.
심지어 일도 현장 구석에서 할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 건축에 쏟았다고 한다. 인부들이 도면과 다르게 작업하거나 시공사와 의사소통이 어려워 여러 번 재시공한 곳도 있다. 전문가의설계가 가미된 조명 시스템은 100여 개를 부부가 직접 설치하기도 했다.
남편 김씨는 아내가 없었다면 이런 공사 과정이 더 힘들었을 거라 이야기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집을 향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주변에서는 이들의 집을 두고 ‘팔기 힘든 집을 지었다’고 말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버는 것이 미덕인 시대에 팔기 힘든 집을 지은 것은 분명 모두에게 울림이 있는 선택일 것이다.
· 대지면적 361.00㎡
· 연면적 198.90㎡
·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장재 벽돌 타일
· 내장재 합판, 석고보드, 몰탈 미장
· 단열재 비드법 200m, 그라스울 40K
· 창호 앤썸 캐멀링 3중 시스템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