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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광 멋지고 약수맛 뛰어난 드라이브 코스 4곳

by 우중래객 2010. 10. 22.
불타는 산자락 사이로 차는 달리고
[매거진 esc] 가을 풍광 멋지고 약수맛 뛰어난 드라이브 코스 4곳
 
» 구룡령 삼봉약수 가는 길에 만난 단풍.
가을 여행의 큰 주제는 변함없다. 단풍 산행이다. 단풍 라인은 지난 주말부터 설악산 중산간 지역에서 절정을 이루면서 점차 강원 중남부 산간으로 남하하는 중이다. 빨강나무·주홍나무·노랑나무들 뭉게뭉게 타오르는 단풍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산행 장비를 갖추고 정상 일대까지 오르는 게 좋다.

하지만 멋진 가을 경치를 보기 위해 반드시 명산 꼭대기까지 올라야 하는 건 아니다. 눈부신 가을빛은 들판에도, 높고 낮은 고갯길에도, 산골마을 울타리에도 고루고루 깔려 있다. 국도·지방도·비포장도로 넘나들며 천천히 차를 몰다 보면, 보고 느끼고 쉬고 깨닫는 일들이 다 길 한가운데 있음을 알 수 있다. 들길·산길을 차로 돌며 가을 경치를 감상하는 드라이브 여행을 떠난다. 싯누렇게 익어가는 논밭,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빨갛게 빛나는 사과알들, 깨 털고 콩 타작하는 농가의 풍경이 다 가을이 그려낸 그림들이다.

 

타들어가는 산자락 사이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가며 가을 경치를 감상하는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 4곳을 다녀왔다. 차를 멈추고, 차고 맑은 공기 거느린 숲길을 잠시 걸어 들어가, 가슴속까지 서늘해지는 짜릿한 약수 한 바가지씩 들이켤 수 있는 곳들이다. 흔히 위장병·신경쇠약·피부병 등에 좋다는 약물들인데,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마시는 것이니 건강에 좋은 건 당연지사. 약수가 있는 숲길은 말 그대로 ‘치유의 숲길’이다. 걷기 좋은 산길과 이름난 약수터 두세곳, 들여다볼 만한 선인들 발자취를 두루 갖춘 코스를 골랐다.

 

» 인제 방동2리 방동약수. 철분으로 인해 주변이 붉은색을 띤다.

인제 >> 방동약수(방태산휴양림)~필례약수~한계령~양양 주전골 입구~오색약수(약 50㎞)서울(외곽순환도로 강일나들목)에서 3시간 거리인 인제군 기린면 진방삼거리가 출발점. 내린천 중상류다. 물길 따라 진동계곡 쪽으로 8㎞, 방동1리 지나 방동2리에서 방동2교 건너면 방동약수·방태산휴양림 갈림길이다. 방동2리는 조선시대 기린현 소재지가 있던 마을. 2㎞ 거리의 휴양림부터 간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산골짜기 안에 아담한 2단폭포가 있는 휴양림이 있다. 계곡 물가 단풍은 일부 이미 선홍빛이다. 내려와 방동약수 한잔. 이가 시릴 만큼 차고 톡 쏘는 탄산약수다. 300년 전 심마니가 산삼 뽑은 자리에서 약수가 솟았다고 한다. 철·망간 성분이 많이 녹아 있는 약수로 위장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내려와 진방삼거리 부근 고향식당에서 두부전골로 점심을 먹고 현리(기린면 소재지) 지나 진다리 삼거리(진다리물억·진다리물어귀)에서 우회전해 산길로 접어든다. 땅이 기름지다 해서 진다리다.

 

» 구룡령 오르는 56번 국도(달둔교 부근) 물길 건너편에 있는 조림한 은행나무숲.

갬재 넘어서면 귀둔리가 시작된다. 주민들이 ‘귓둔’으로 발음하는 귀둔리(이탄·이둔)는 고려시대 기린현이 있던 곳이다. 기린현은 귀둔에서 방동2리를 거쳐 현리로 옮겨진다. 귀둔삼거리 마을 표석 옆에 열녀각(열녀 전주 김씨 정려)이 있다. 다시 고개 넘으면 하추리 갈림길. 산기슭은 강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깔렸다. 쓰러진 나무도 강풍을 견딘 코스모스도 다 가을빛으로 반짝인다. 쌍다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군량밭 마을 지나면 필례약수·한계령으로 이어진다. 군량밭은 조선말 의병들의 양식을 조달하는 밭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 계곡(원진계곡) 물가의 단풍들이 곱다. 필례약수 들머리, 심어놓은 어린 단풍나무들도 하나둘 붉은빛으로 물들고 있다. 필례약수는 방동약수에 비해 톡 쏘는 맛은 덜하지만 차고 시원하기는 마찬가지.





한계령 오르는 길은 이미 단풍이 시들기 시작했다. 44번 국도 만나 좌회전해 500m 가면 한계령 정상. 주차장에서 내려다보는 양양 쪽 풍경이 볼만하다. 양양 쪽으로 8㎞ 정도 내려가면 오색약수가 있다. 내려가면서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골짜기인 흘림골 들머리와 주전골 들머리를 차례로 만난다. 주전골 입구 주차장(당일 5000원)에 차를 대고 10분 정도 걸으면 짙푸른 바위 소를 거느린 폭포가 나타난다. 높이 6~7m의 용소폭포다. 물길 주변에 단풍이 한창이다. 오색약수까지 산길을 걸어 내려가는 이들이 많다. 흘림골 입구~주전골~오색약수 6.2㎞(4시간), 주전골 입구~오색약수 3.6㎞(1시간).

국도 따라 잠시 내려가 우회전하면 오색약수 주차장(3000원). 물가 너럭바위에서 솟는 오색약수 역시 톡 쏘는 맛의 탄산약수. 그러나 관광객은 많고 솟는 약수는 매우 적다. 겹겹이 둘러앉은 어르신들은 물이 고일 틈도 없이 돌아가며 바가지로 바위 바닥을 긁어내 반모금씩 맛을 보고 돌아선다. 망월사 들머리에 총탄자국 선명한 선정비 하나가 서 있다. 물길 옆 식당들에선 양미리·도루묵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막걸리 한잔 1000원, 도루묵 2마리 1000원.

 

» 방동약수 입구.

홍천 >> 삼봉약수(삼봉휴양림)~구룡령~양양 갈천약수~미천골휴양림·선림원터(약 32㎞)홍천 내면에서 양양 서면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 광원리에서 구룡령으로 오르다 삼봉명인식당 앞에서 좌회전해 4㎞쯤 차를 몰면 삼봉휴양림 안쪽에 삼봉약수가 있다. 주위에 솟은 사삼봉·가칠봉·응복산 세 봉우리의 한가운데 있다 해서 삼봉약수다. 약수가 솟는 샘도 셋인데, 각각 맛이 다르다고 하니 구별해 보시길. 철분이 다량 함유된 탄산약수로 빈혈·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키다리 낙엽송 숲이 낙엽을 떨구기 시작해 운치가 있다. 매일(화요일 휴무) 두차례(10시·14시) 숲체험로(1㎞)를 따라 무료 숲해설을 진행한다.

구룡령(1013m) 정상엔 산림전시관이 있고, 길가엔 커피·간식을 파는 노점들이 서너곳 있다. 백두대간길이 지나는 곳이자 홍천·인제의 경계다. 정상에 차를 대고 구룡령 옛길을 걸어 갈천리로 내려가는 이들이 꽤 있다(2.7㎞). 가파른 내리막이지만, 선인들의 발자취가 남은 운치 있는 숲길이다. 구룡령 정상엔 등산안내인이 상주한다. 갈천리(칠내·치래)까지 10여㎞ 국도를 내려가면서 감상하는 구룡령 산자락의 단풍 경치가 볼만하다. 갈천리 지나 갈천약수 팻말 보고 좌회전해 800m쯤 차로 오르면 갈천약수 들머리. 치래마당 식당 주차장에 차를 대고 20분쯤 물길 따라 울창한 숲길을 걸어오르면 물가 오른쪽에 갈천약수가 있다. 철분·불소 성분이 많아 충치 예방에도 좋다는 약수다.

돌아 나와 양양 쪽으로 5.5㎞ 차를 몰면 미천골 들머리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물길도 수려할뿐더러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고루 자라는 매우 아름다운 숲이다. 1㎞ 거리에 휴양림안내소가, 2㎞ 거리에 통일신라시대 절터 ‘선림원지’가 있다. 길옆 작은 터에 차를 대고 왼쪽 계단을 오르면 바로 삼층석탑 우뚝한 절터가 나타난다. 선림원지삼층석탑(보물 444호), 선림원지석등(보물 445호), 홍각선사탑비 귀부·이수(보물 446호), 선림원지부도(보물 447호) 등이 있다. 건물터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천골휴양림에서 하루 묵는다면 골짜기 끝의 불바라기약수터까지 숲길 산책을 다녀올 만하다. 비포장 찻길 끝 멍에정 앞에 차를 세우고 임도 따라 4.8㎞ 거리다. 왕복 3시간가량. 임도 끝에서 오른쪽 오솔길로 들어 물가를 따라 약 300m 오르면 왼쪽 폭포 중간 옆, 약수로 붉게 물든 바위에 약수터가 있다. 역시 철분이 많이 함유된, 위장병·피부병에 좋다는 약수다.

 

 

 
 
» 방동약수~오색약수/삼봉약수~불바라기약수

홍천·인제·양양=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