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헤르만 헤세-
숲 속의 나뭇가지 금빛에 타오르는
내 사랑스런 그이와
몇번이나 거닐던 길을
이렇게 나 홀로 거닌다
내가 영원히 간직하던
행복과 번민이
이토록 즐거운 가을날에
향기로운 저편 멀리 사라져 간다
풀잎 타는 연기 속
동네 아이들 노닥이는 나는 그곳에서 노래부른다
아이들과 선율을 맞추면서
월정사 © 안영모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떨칠 수 없게 조용히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
날아가는 낙엽
-헤르만 헤세-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내 앞을 날아간다.
방랑도 젊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잇다.
저 잎은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만 가서
숲이나 시궁창에서 간신히 멈춘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은행나무숲 © 안영모
은행나무숲 © 안영모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
월정사 © 안영모
월정사 전나무길 © 안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