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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ook

나뭇잎이여, 바람이 그대를 유혹하거든/헤르만 헤세

by 우중래객 2024. 10. 28.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

가을날

-헤르만 헤세-

숲 속의 나뭇가지 금빛에 타오르는

내 사랑스런 그이와

몇번이나 거닐던 길을

이렇게 나 홀로 거닌다

내가 영원히 간직하던

행복과 번민이

이토록 즐거운 가을날에

향기로운 저편 멀리 사라져 간다

풀잎 타는 연기 속

동네 아이들 노닥이는 나는 그곳에서 노래부른다

아이들과 선율을 맞추면서

월정사 © 안영모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떨칠 수 없게 조용히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

날아가는 낙엽

 

-헤르만 헤세-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내 앞을 날아간다.

방랑도 젊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잇다.

저 잎은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만 가서

숲이나 시궁창에서 간신히 멈춘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은행나무숲 © 안영모

은행나무숲 © 안영모

월정사 선재길 © 안영모

월정사 © 안영모

월정사 전나무길 © 안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