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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ook

백두대간 선자령-끝없는 초원 펼쳐진 바람의 언덕

by 우중래객 2010. 9. 17.

선자령(1,157m)은 대관령을 지나 북으로 향하는 백두대간에 솟은 봉우리다. 산이라 부르기가 어색할 만큼 펑퍼짐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산세가 소의 등짝처럼 부드럽다. 이는 선자령만 그런 게 아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을 거쳐 황병산에 이르는 구간의 산세가 모두 그렇다. 1972년 동양 최대 규모의 삼양목장이 조성된 것도 이 같은 지리적 여건 때문이었다. 삼양목장의 넓이는 1,983만m². 여의도 넓이의 6배나 된다. 이 드넓은 초원이 아늑한 구릉 사이로 펼쳐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여기에 최근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졌다.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바람을 이용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자는 것. 또한 초원의 풍경과 풍력발전소가 어울려 특별한 감동을 줄 것이라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백두대간 마루금에 풍력발전소를 세운 것이 오히려 자연미를 헤치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목동이 되어 목장 길 따라 걸어가는 길

선자령은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명소다. 대관령에서 이어진 산길이 부드럽고 평탄한데다 적설량이 풍부하기 때문. 그러나 선자령 트레킹의 진정한 묘미는 가을이다. 높고 푸른 창공 아래, 하늘만큼 넓은 삼양목장의 초원이 펼쳐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목장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알퐁스 도데의 소설 []에 나오는 목동처럼 순박한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길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아 거의 평지를 걷는 것처럼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대관령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던 국사성황당. 이곳을 중심으로 원점회귀 트레킹에 나설 수 있다.

  

 

트레킹은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한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 대관령휴게소에서 곧장 시작하는 코스는 양떼목장을 거쳐 백두대간의 7부 능선을 따라 선자령으로 간다. 이코스는 하산 길로 이용하는 게 좋다. 대관령휴게소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향해 가면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국사성황당으로 가는 길이 있다. 또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가는 길도 있다. 두 갈래 길은 국사성황당 위의 잘록한 안부에서 만난다. 따라서 어느 길로 가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대관령휴게소에서 국사성황당까지는 포장도로가 나 있다. 국사성황당에서 오른쪽으로 산비탈을 거슬러 올라가면 백두대간 마루금에 선다. 마루금을 따라 KT통신중계소까지 시멘트포장도로가 나 있다. 등산로는 KT통신중계소 입구에서 왼쪽으로 빠진다. 초입에 지도가 있는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동해를 가슴에 품는 새봉 전망대의 탁 트인 조망

갈림길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산허리를 가로질러 가는 길 주위에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한다. 야트막한 구릉 같은 산줄기 너머로는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바람개비 날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대부분 숲 그늘 속으로 나 있다. 키가 높지는 않지만 활엽수가 이룬 숲은 제법 깊다. 그 숲을 요리조리 헤치며 길이 이어진다.

 

KT통신중계소에서 10분쯤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새봉의 옆구리를 타고 가는 길이다. 동해의 전망을 보려면 오른쪽 길을 택해 새봉 정상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새봉 정상은 멀지 않다. 숨이 조금 가빠지려고 하면 하늘이 툭 터지면서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새봉 전망대는 동쪽을 향해 반원형의 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 서면 동해바다가 남김없이 펼쳐진다. 대관령 아래 첫 고을 강릉시를 필두로 동해 해안선의 아늑한 풍경이 시원하다. 겨울에는 서 있기조차 힘들만큼 바람이 거센 곳이기도 하다.

 

선자령에서 바라본 북쪽의 백두대간 능선. 풍력발전기가 주릉을 따라 이어지고, 목장의 도로도 아스라하게 이어졌다.

  

 

새봉을 지나면 길은 다시 숲으로 든다. 활엽수 숲은 생각했던 것보다 깊다.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만큼 우거졌다. 그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새봉 전망대 전에 나뉘었던 길과 다시 합류한다. 두 길이 만난 후부터 다시 산길은 평온을 되찾는다. 이제부터 크게 힘들일 것 없이 선자령을 향해 가게 된다. 전망대에서 선자령까지 2.5km이지만 30분이면 충분할 만큼 길이 좋다. 그 사이 풍력발전기들은 성큼 다가왔다.

 

선자령을 1km 앞에 두고는 목장 길을 따라간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경계로 동쪽은 급경사의 벼랑, 서쪽은 아늑한 구릉이다. 따라서 목장은 정확히 백두대간 마루금을 경계로 서쪽에 있다. 동쪽의 벼랑은 일부러 목책을 설치 않아도 될 만큼 자연적인 울타리가 된다. 목장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목초들은 무릎을 칠만큼 많이 자라 있다. 풍력발전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목장 길을 따라 크게 우회해서 가면 선자령 정상이 코앞이다. 펑퍼짐한 정상부에는 ‘백두대간 선자령’이라 새긴 거대한 표지석이 있다. 여기서 온 길을 돌아보면 KT통신중계소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북쪽으로는 삼양목장을 따라 끝없이 도열한 풍력발전기의 행렬이 인상적이다.

 

 

선자령에서 7부 능선을 따라 돌아오는 호젓한 산책 길

선자령에서 대관령휴게소로 돌아가는 길은 두 갈래. 하나는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삼양목장으로 내려서다가 백두대간 7부 능선을 타고 가다 계곡과 만나서 길이 이어진다. 주릉을 따라 왔다면 하산로는 이 길로 택하는 게 좋다. 

 

선자령에서 북쪽으로 넘어서면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 길을 따라 500m쯤 가면 목장을 관리하는 비포장도로와 만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간다. 등산로를 안내하는 이정표도 있다. 도로를 따라 300m 가면 다시 도로가 둘로 나뉜다. 여기서 곧장 계곡으로 내려선다. 이제부터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왼쪽에 두고 내려간다. 길은 꾸준한 내리막이다. 초입에는 선자령을 향해 걸었던 초원이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길은 숲으로 든다. 오른쪽으로는 계곡이 시작된다. 쫄쫄 흘러가던 계곡의 물줄기는 밑으로 내려올수록 제법 덩치가 커진다.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1km쯤 내려오면 짧은 오르막이 시작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치솟은 낙엽송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고개에 오르면 길이 둘로 나뉜다. 왼쪽은 국사성황당, 오른쪽은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이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20분 뒤에는 대관령휴게소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국사성황당은 200m 거리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횡계IC로 나와 대관령면소재지를 향해 우회전하면 면소재지 입구에 사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좌회전, 구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간다. 갈림길에서 6km 가면 대관령휴게소다. 양떼목장 입구에 주차 후 트레킹을 한다. 국사성황당에도 20여대의 주차공간이 있다.

숙박
대관령휴게소로 가는 길에 펜션이 여럿 있다. 대관령가는길(033-336-8169), 대관령품안에(033-335-0830). 용평리조트(1588-0009)는 호텔과 콘도 등 숙박시설과 워터파크, 스키,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종합 리조트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 여름~겨을

주소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지도보기)
총 소요시간 : 3시간30분

문의 : 평창군청 문화관광과(033-330-2753)

 

 

대관령휴게소(860m)에서 선자령(1157m)까지의 고도차는 약 300m. 백두대간 능선이 완만하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러나 날이 궂으면 산행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바람이 심한 날은 능선길보다 7부 능선과 계곡을 따라 오는 코스를 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겨울의 눈꽃산행도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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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산환
여행과 캠핑의 달인으로 통한다.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17년간 여행레저 전문기자로 근무하면서 ‘잘 노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도서출판 ‘꿈의 지도’를 설립, 여행과 캠핑을 테마로 한 여행서를 펴내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캠핑폐인], [캠핑여행의 첫걸음 Canadian Rocky], [오토캠핑 바이블],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라틴홀릭], [나는 알래스카를 여행한다], [2박3일 주말이 즐겁다], [배낭 하나에 담아온 여행], [낯선 세상 속으로 행복한 여행 떠나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