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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한 그루 메마른 나목裸木으로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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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중래객 2025. 2. 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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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花)

                                   -오세영-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를 보면

안다.

누구나 한 생애를 건너

뜨거운 피를 맑게 승화시키면

마침내 꽃이 되는 법

욕심과

미움과

애련을 버려

한 발 재겨 디딜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의 추위, 그 절정에

홀로 한 그루 메마른 나목(裸木)으로 서면

내 청춘의 비린 살은 꽃잎이 되고,

굳은 뼈는 꽃술이 되고,

탁한 피는 향기가 되어

새 파란 하늘을 호올로 안느니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를

보면 안다.


 

입춘첩(立春帖)

입춘 때 문이나 집 안 기둥에 경축과 벽사를 기원하며 붙인 문구.

입춘첩立春帖은 한 해의 무사태평과 풍농을 기원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기 위해 문구를 써서 집 안 곳곳에 붙이는 첩자의 하나이다. 최영년崔永年의 『해동죽지海東竹枝』에서는 첩자가 시기에 따라 입춘에는 입춘첩자, 설날에는 연상첩자, 단오에는 단오첩자로 나뉜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예문관에서 입춘첩을 임금에게 바치기도 하고, 임금은 설날 며칠 전에 대제학大提學을 불러 신하 가운데 글을 잘 짓는 이들을 뽑아 그들에게 연상시延祥詩를 짓게 해서 그 가운데 합격한 것을 대궐의 문미門楣에 붙였다. 이는 입춘첩 짓는 것을 학문 평가의 잣대로 삼은 것이며, 그 내용은 봄에 대한 찬양과 임금의 은덕·오복五福 등에 관한 것이었다.

민간에서는 입춘첩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글을 쓸 줄 아는 문인들이 분주하게 붓을 놀려 자신을 위해 입춘첩을 짓기도 하고, 이웃에게도 선물하였다. 입춘첩은 가문마다 그 문구 내용이 다르며, 전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필사본을 만들기도 하였다. 입춘첩 내용은 고문헌의 좋은 문구를 따와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가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입춘첩을 쓰기도 하는 등 입춘첩을 통해 그 집안 아이의 학문 실력을 가늠하기도 하였다.

『경도잡지京都雜志』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소개된 입춘첩을 보면 벽사, 평안, 풍년, 경축, 초복, 장수 등을 기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부 문장은 옛 문헌에서 발췌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 입춘첩의 문구는 출처를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국태민안國泰民安은 『몽양록夢梁錄』, 가급인족家給人足은 『회남자淮南子』에서 각각 문구를 취하는 등 모두 옛 문헌의 내용을 그대로 참고하였다. ‘문신호령 가금불상門神戶靈 呵禁不祥’ 내용 가운데는 ‘가금불상’만 『전당서全唐書』의 내용을 취한 것으로, 대구 가운데 하나만 옛 문헌을 참고한 경우도 있다. 또한 옛 문헌의 내용을 유사하게 표현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육도六韜』에 나오는 풍조우순風調雨順을 우순풍조雨順風調로 단어 위치를 바꾸어 표현하였다.

수많은 입춘첩의 문구 출처는 대부분 밝히기가 어렵다. 이것은 입춘첩의 내용이 글 쓰는 사람이나 집안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었고, 여기저기 선현의 기록 일부를 취해 의뢰한 사람에 의해 다시 재편집되었기 때문이다. 입춘첩 대부분의 내용이 집집마다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입춘첩이 일부 사람들에 의해 쓰여지고 일부는 판매가 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문장의 다양함을 엿볼 수 없다. 흔히 보이는 입춘첩 문구는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다. 이들 문구는 대문 좌우에 붙이며,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구 공고란에 붙이기도 하였다. 현 세태를 보여 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문과 상징(정연학, 시월, 2009), 조선후기 문집(국립민속박물관, 2005), 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국립민속박물관, 2003~2005).


자료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s://folkency.nfm.go.kr/

태기산 © 안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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