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자경 농지 양도세 감면 손질 ‘고개’
불법 임대차로 가짜농민 양산
“폐지를” vs “혜택확대” 갈려
정부, 일부 개선의사 밝혀 주목
초점 달라 문제해결은 ‘미지수’
8년 자경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비농민 지주가 농지를 쥐고 있을 유인을 없애 농지가 농민에게 소유 또는 이용되도록 하자는 목소리다. 정부도 최근 이 제도의 일부 손질 가능성을 내비쳐 향후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농지 소유자가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경우 농지를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다. 농민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현실에선 농지 불법 임대차 등을 유발하고 있어 문제다. 비농민 지주가 농지를 농민에게 빌려주면서도 농업경영체는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해 ‘가짜 농민’ 행세를 하는 이유가 8년 자경 요건을 채워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해서다.
농업계 일각에선 이 제도를 폐지해 농지 불법 임대차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법무법인 연두 대표변호사)은 “불법 임대차를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를 폐지하되, 연착륙을 위해 폐지 시점의 자경 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농지 불법 임대차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안으로 자경 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자는 정반대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경기지역 중심으로 발생하는 친환경농가의 잇단 자진 인증 취소 사태와 맞물려 있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지역에선 지주가 친환경농가에 불법으로 농지를 임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공익직불금 부정수급 검증 절차가 정교해지면서 친환경인증 취득자(실경작자)와 경영체로 등록한 자(직불금 수령자)의 이름이 다른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주들이 자경 요건 충족과 직불금의 지속적인 수령을 위해 친환경농가에 인증 취소를 압박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홍안나 경기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 폐지가 근본적인 해법이지만, 어렵다면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지는 8년을 채우지 않아도 자경으로 인증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농지를 친환경농업에 이용하면 세제 혜택을 줘서 지주가 가짜 농민 행세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 관점에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의 일부 손질 의사를 밝혀 주목받는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에서 “소멸지역의 경우 8년 자경 요건을 안 채워도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8년 자경 요건 때문에 가짜 농민이 양산되고 있다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농식품부는 인구감소가 심각한 읍·면에 ‘농촌자율규제 혁신지구’를 지정해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인데, 여기에 양도소득세 감면제도 개선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농촌 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농지 불법 임대차가 주로 자행되는 건 땅값이 비싼 수도권 인근 농지인데, 농식품부는 비수도권의 소멸위기 읍·면 지역만을 대상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농식품부의 조치가 규제 완화로 비치며 투기 수요를 자극할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농림법안소위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대만은 농지 규제를 풀어서 난리가 났다”면서 “우리도 농지 제도에 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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